7월 서신 _ 곽상희 (문리 52)

셍텍쥐페리는 ‘이제 나는 정복의 길을 나선다. 나를 찾아 떠나는 이 길, 황금빛 오아시스가 있는 신비의 성을 향해 나아가리라. 이 여정에는 ……어떠한 패배도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영혼 속에서 진리의 뿌리를 발견하고는 서로를 외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으로 굳게 손을 잡는다.’

자연을 사랑하다 자연의 깊음으로 사라져간 사막의 비행사, 진리와 외경으로 자연과 인간을 탐색한 순수 인간의 모델, 우리가 경애하는 정신을 남기고 간, 이 지상에 영원이 있다면 작가로서 영원한 순수로 남을 그 순수정신을 우린 흠모하겠지요.

7월, 7월도 어느 듯 꼭지점으로 줄달음치는 오늘이란 단어, 이 세상 무슨 일 일어나도 인간 사이 우정만은, 신뢰와 믿음만은 지키는 자유의 심상지대에 우리는 존재해야겠다는 신의 축복을 우러르며 창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햇빛과 바람 한 솔기 그것을 감사하며, 그러나 가지 각색바람과 맞붙어 투쟁하는 벌거벗은 인간의 문명을 안타까이 때로는 놀라고 슬픔으로 보며.

여기 점 보다 작은 먼지 같은 인간의 존재가 벅차오르는 세계를 끌어안고 자연과 신의 은총에 감사하며 찬미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인간의 순수자유를 구가하는 길이 아닌 가고 지금 잠시 생각을 모와 보게 되네요.

목필균 시인은 ‘7월’이란 시에서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장대비로 내린다//계절의 반도 접힌다//폭염 속으로 무성하게/피어난 잎새도 기울면/중년의 머리카락처럼/단풍 들겠지//무성한 잎새로도/견딜 수 없는 햇살/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라고 한국적 서정이 물씬하도록 7월을 묘사하고 있고, 그런가하면 조민희 시인은 같은 제목으로 <햇살 짜글거려/화드득 타는 배롱나무/타는 매미울음/타들어가는 밭고랑에/어머니/타는 속내가/녹음보다/더 짙다>고 사랑과 그리움의 시어로 세상의 아픔과 어둠을 녹이는 시인으로 알려진 그는 이 시에서도 잔잔하고 섬세한 시어로 한국적 서정시의 운율을 펴고 있네요.

이렇게 시인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가 사는 현실의 복잡다단하고 이해할 수 없는 오랜 벽화 같은 세상에서 거룩한 순례자 같은 결단으로 시를 찾아간다 할까요. 현실과 그의 이상, 어느 시인은 아무런 기하학적 공식도 없는 그 접점을 시인은 스스로 찾아내야한다는 말을 했지만 공식이 보이지 않는 접점, 거기 시인의 고민과 몸부림이 있겠지요

어느 아침, 저는 계란과 토스트로 아침을 때운 후 어정쩡한 심상으로 부엌 테이블 옆에 서 있다가 떠오르는 글귀 하나 붙잡고 다음의 시를 적어보았어요, 편안하게.

할 일 없이 너무 바빠 서성이다가
시집 하나 붙잡고
빈 의자에 비스듬히 내려 와
언젠가 온 뜻한 심연의 바다 밑으로
걸어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여긴 세상도 가뭇하다
시간의 계곡을 빠져 나와
선연하게 온 몸을 흔드는
산호초와 날개뿐인 물고기들

나부낌 사연도 여러 빛깔인 체
그들의 손짓 따라 내 속에 잠든
천년 세월, 꼼짝없이 폴짝이며
살아나는 기억의 세포들이
지상의 어떤 이의 곡절한 손짓인 듯
분비되어 나를 당황케 한다

아무 음표는 들리지 않아도
분명히 생존의 헌장을 톡,톡, 새기고 있을
잠언 한 손, 토네이트의 시늉으로 내게 오고 있다

소리 없는
이방의 차고도 비린 그리움이여
이방거리 어디서도 풀 수 없는
그대와의 매듭,
나란히 가는 이 길에는 다만
홀수의 바람 길
점, 점, 천천히 천천히 가는
누란累卵의 존재의 색, 유별해….! (<아무 할 일이 없거나 바쁠 때> 곽상희)

어디서도 풀 수 없는 그대와의 매듭, 그러나 나란히 갈 수 밖에 없는 그러면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생존과 실존의 인간,… 이 시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느낌과 해설에 맡기고 싶네요. 그러나 여기서도 자연에 함몰되어 내면을 은유로 피우려하는 저의 시적 방법은 여전하고 형이상학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보이지 않는 것에의 갈망,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그것을 촉감으로 만지게 하는 것이 시인의 일이지만) 더욱 선연하게 표현하려는 자연적 순수 열망도 변함없다 할까요. 나의 발자국 한걸음 한걸음 “그곳”을 향해…… 행복하고 저린 걸음으로, 아듀와 살롬을,

태백 영봉 한라산 오름마다
언덕마다 솔솔 부는 봄바람
5천년 역사 칡넝쿨 줄기에
피어나는 자유와 평화

울려라 두둥, 둥–,
두둥.둥 북소리 —,
아, 통일 통일!
삼천리강산, 두둥실 떠오르는
둥근 동쪽 해야,
둥실 둥실 삼천리 강산아
온 세계에 피어라

자유와 평화 진리의 꽃
온 세상 피어나거라!

*상기의 작품은 1990년 출판된 시집 (봄도…) 속에 든 것을 개작하여 2001년 고 김동진 선생님이 마지막 작품오로 작곡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직접 지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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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주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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