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수웅 (의대 57) 동문
그동안 우리 지구촌에는 여러 질병이 기복하였지만 이 ‘B형간염’만큼 조직적으로 퇴치된 사례는 대단히 드물다. 우선 이 퇴치운동은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사회에서 처음 시작하였고 한인교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 퇴치운동이 시작하기 전 수십 세기동안 치료할 수 없었던 이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또한 만성 B형 간염과 그로인해 유발하는 간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실로 지난 50년은 우리 교포들에게 큰 성취의 반세기였다.
우리가 의과대학 졸업학년에 올라오자마자4.19학생혁명이 일어나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그 다음해에 5.16군사혁명이 일어나서 장면정권을 퇴진시켰다. 이런 격동기에도 서울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병동은 역시 간경변증 및 간암 환자가 수십명씩 입원실을 채우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병의 원인균을 알지 못하고 있어 그저 풍토병인 줄 알고 주로 대증요법만 하고있어 많은 환자들이 황달끼에 팔다리는 말라틀어지고 배만 복수로 터질 듯이 불러올라와 신음하고 있던 것이 지금도 눈에 서언하다. 환자의 대부분이 50세 전후의 집안 어른들이었다. 임종이 가까워진 어른을 집으로 모셔가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도 못하고 안타깝기만 했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는 객사를 금기시하는 관습이 있었고, 병원에서 숨지는 것도 객사로 간주하고 있었다. 많은 의학도들이 이렇게 집안 어른들을 앗아가는 풍토병에 도전할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65년에 이르러 여기 필라델피아 암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불럼버그 (Baruch Blumberg) 박사가 ‘B형 간염의 항원’을 발견함으로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정체를 규명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 우리는 1965년을 B형 간염과 간암 퇴치운동(Campaign)의 원년으로 간주한다.
곧 이어 우리 서울 의대 동문인 한혜원 교수가 불럼버그 박사와 1971년부터 17년동안 일하면서 서울대학병원의 김정용 박사와 제휴하여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간암 및 간경변증의 원인균임을 규명하였다. 대단히 획기적인 업적이다. 그후 한 교수는 곧 ‘간질환예방센터’를 창설하여 B형 간염과 그로 인해 유발한 간암의 임상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필자자신이 ‘한미간협회’를 조직하여 이 퇴치운동에 처음부터 동참하였다.
예방접종 생성
1980년 초반에 이 B형 간염을 예방하는 백신(예방접종)이 생성되어 B형 간염을 미연에 방지하여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의 진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관계로 세계보건국(WHO)에서 이 백신을 ‘인류역사상 최초의 암예방접종’(The First
Cancer Vaccine)으로 명명하였다. 이런 공로로 불럼버그 박사는 1976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고 그후 많은 의학도들의 노력으로 만성 B형 간염, 간경변증, 간암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그 치료제가 발굴되기 시작하여 점차로 효력이 월등한 경구 치료제가 출현하여 만성B형 간염 및 간경변증의 치유가 가능하게 되었고 또한 간암의 발생율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주말마다 한인교회를 찾아서
우리 팀은 1983년부터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시작하였다. 예방접종을 하기 위하여 우선 혈액검사를 하여 B형바이러스에 이미 노출되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래서 필라델피아를 기점으로 미국 동부에 있는 한인교회, 한인회 및 한인실업인 단체들을 찾아 다니며 강연회를 열고, B형 간염 검사를 시행하였다. 필라델피아의 근교의 교회를 찾을 때는 거의 매 일요일마다 다녔고, 멀리 있는 교회에는 매격주 간격으로 찾아다녔다. 예배가 끝난 후 한혜원 교수가 잠간 강의를 하고나서 어떤 교회는 200 여명, 어떤 곳에서는 300여 명의 채혈을 하고 ‘간질환 예방센터’에서 검사하여 그 결과를 각 피검자에게 통보하여 B형바이러스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 한해서 예방접종을 받도록 권장하였다. 그래서 북쪽으로는 코네티컽에서 남쪽으로 플로리다에 이르는 10 여개 주에 사는 교포들을 찾아다녔다. 곧 소문이 나서 중국인 및 베트남인 교회까지 다녀야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총체적으로 약 3만여명의 피검자에서 약 5,000명의 보균자를 색출하고 그들을 따로 여기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토마스 제퍼슨 대학병원에서 계속 진료했는데 그 동안 중요한 치료법들이 개발되었다.
만성B 형간염의 세계적 분포
만성B형간염의 분포를 보면, 지구촌의 3억 5천만의 ‘만성B형 간염’ 환자중 그 대부분(75%)이 아세아에 살고 있다. 중국에 1억 2천만, 인도에 4천만, 인도네시아에 천 3백만, 필립핀에 8백만, 일본에 3백 7십만, 남한에 2백 8십만의 보균자가 살고 있다. 그래서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오자, 한혜원 교수가 아세아 및 중미의 10개국에 가서 강의하고 다녔고, 또 미국내에서도 LA, 쉬카고, 달라스, 보스턴, 아틀란타 등지에 가서 계몽강연을 시행하였다.우리가 사는 미국에는 보균자 수가 2백만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75%)이 아세아에서 온 이민들이다. 그러므로 우리 아세아 이민들은 모두 B형 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 하다. B형 간염은 감염되고 나서 오래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예를 들면 주먹만한 간암을 갖고서도 전혀 증상 없이 매일 골프를 즐기며 살다가 간암이 터져서 복강에 쏟아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교포들이 한 두사람이 아니다. 대단히 슬픈 일이다. 이 간암을 초기에 발견하였더라면 얼마든지 치유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염경로
B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간염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접촉된 사람은 모두 검사받아야 하겠다. 즉 오염된 주사기, 치솔, 문신기구, 면도칼에 의해 전염된다. 그러므로 한국 이발소에서 면도받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또한 보균자와의 성교로도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경우 보균한 산모로부터 신생아로 전염되기 때문에 산모들은 반드시 B형 간염 검사를 받아야 하며 임신하고 있는 동안 늘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하며 신생아는 전문의 지시대로 치료받어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 사업을 하거나 선교하는 동문들은 만성B형 간염의 세계적 분포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아세아 대륙 이외에도 아프리카, 남미 (페루, 부라질), 동유럽, 그린랜드, 알라스카 등이 만성B형 간염이 만연한 지역들이다. 이런 지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반드시 B형 간염 검사를 받아야 하며 보균하지도 않고 면역도 없으면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겠다. 예방접종은 6개월 내에 3번 받아야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A형과 B형을 합친 예방주사 (Twinrix)를 맞아도 무방하다.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
지난 20여년 동안 의약 연구진의 간단없는 노력으로 만성 B형 간염, 간경변 및 간암의 치료에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즉 하루에 한알씩 복용하는 효력있는 약제들이 나와서 만성 B형 간염 및 간경변증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간암의 유발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발암을 지연시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혹시 간암이 이미 발생하였더라도 초기에 발견하고 간암의 크기가 작으면 치료의 성공율이 대단히 높다.
한국에서는 흔히 간암은 치료할 수 없다고들 손사례치는데 이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저지하는 항바이러스제재의 출현으로 환자체내의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수치를 줄임으로 해서 간암 치료를 국소치료로 마무리 지울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간 이식같은 거창한 수술을 거치지 않고 간암의 국소치료와 항 바이러스제의 장기 복용으로 자기의 간을 계속 살려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술에 의한 간암의 조기진단이 관건이다.
인체내에서 간의 역할
간의 기능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해 보면, 간은 인체의 신진대사의 중심이며 따라서 몸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걸러내며 인체에 들어오는 독해물을 처리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해서 독성물질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그런 관계로 한방약제나 여러가지 성분을 모르는 영양 보조제를 섭취하였을 때 제일 먼저 손상을 입는 기관이 간이다. 그러므로 연방약제관리국의 검증없이 시판되는 약물들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자연산이라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또한 간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생화학공장으로 당, 지방 및 단백질을 분해, 결합, 재생성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간조직이 많이 손상되면 간 부전으로 생명을 연명할 수 없게 된다.그리고 간 조직속에 신경이 없는 관계로 간 속에서 암이 크게 자라고 있어도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상례이다. 또한 간은 재생능력이 커서 어느정도 손상을 보아도 증상이 거의 없는 관계로 보통 환자들은 간 질환의 말기에 이르러 병원을 찾게 된다. 이미 간을 회생시키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이다.
간암발생기전에 관한 연구
B형간염바이러스(HBV)와 간암발생의 역학적 연구조사는 대만에서 많이 시행되었다.1981년 비즐리(Palmer Beasley, M. D.)가 2만 2천명의 대만사람들의 혈청을 정기적으로 장기간 검사한 결과 보균자에서 비보균자에 비해 63배나 높은 간암발생율을 보았고, 그 후 2006년 대만에서 나온 또 다른 보고를 보면 간암발생율이 HBV의 혈액수치가 높을수로 상승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두 보고가 상기한 한혜원 교수팀이 1982년에 발표한 역학현상 즉 ‘HBV가 간암의 원인균’ 이라는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HBV로 인해 간암이 발생하는 기전은 여러가지로 고려되고 있다. 즉 바이러스자체, 바이러스로 인한 간세포의 염증, 간조직의 염증,괴사, 재생, 섬유조직화, 바이러스의 핵산과 간세포핵의 병합, HBV의 X항원의 발암작용 등 여러가지 설들이 나오고 있다.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출현
치료제는 1992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주사약 인터페론(Interferon)이 나왔다. 상당한 흥분과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동양이나 한국에서 많이 보는 출생시부터 감염된 환자에서는 별로 효과가 시원치 않았다. 또 부작용이 심해서 환자들의 고생이 보통 아니었다. 1998년 비로서 B형간염의 첫번 경구용 약제로 라미뷰딘 (Lamivudine)이 나왔다. 기가 막힌 사실은 1983년 미국에서 많은 젊은 남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던 에이즈(AIDS)가 만연하고 있을 당시 에이즈약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에이즈 환자들 중에 HBV에 동시 감염 되어있는 환자들이 있었다. 이 환자들에게 라미뷰딘을 투여하던 중 에이즈 바이러스만 아니라 HBV까지 감소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HBV만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라미뷰딘을 투여하였더니 HBV의 증식이 줄면서 간염이 나아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 연구에 우리 교포들이 많이 참가하여 크게 혜택받았다.
이렇게 되어서1998년 마침내 라미뷰딘이 HBV 의 첫번 항바이러스제로 승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 약으로 인하여 참으로 많은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이 효과를 보았다. 라미뷰딘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라미뷰딘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HBV로 인한 간암의 발생률이 많이 감소된다는 연구발표는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사실 세계 전체에서 발생하는 간암의 65-80%가 HBV로 인한 것이 그 당시의 사정이 었다. 후에 나온 항바이러스제들도 같은 결과를 낸다는 발표가 최근에 나오고 있다.
1998년의 라미뷰딘 출현이후로 더 많은 항바이러스제가 나왔다. 2002년에는 아데포뷔어(Adefovir, 약품명 헵세라), 2005년에는 엔테카뷔어(Entecavir, 약품명 베라클루드), 2006년에 텔비뷰딘(Telbivudine,약품명 타이지카), 2008년에는 노포뷔어(Tenofovir, 약품명 비뷔리아드)가 나와 전부 5가지의 항바이러스제가 현재 나와 있다. 한국에는 또 하나의 항바이러스제 클레뷰딘(Clevudine)도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트노포뷔어 알레페나마이드(Tenofovir Alafenamide)가 나왔다.
지난 15년간의 이들 약제의 치료로 현재는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하면 간염을 치유하고, 간경변으로의 진전을 막고 간암으로의 발전을 차단하든지 지연시킬 수 있다. 더욱 기쁜 소식은 이미 간암으로 진전된 상태로 병원에 온 환자라도 작은 암이면 이미 생긴 간암은 국소적으로 제거함과 동시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여 암의 재발이라든가 새로 생기는 간암을 어느 정도 저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통계가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나오고 미국에서는 우리 제퍼슨팀의 발표가 처음이었다.
항바이러스제재와 간암 치료
한혜원 교수의 경험을 들기로 한다. 벌서 옛날이 된1980년대 B형간염을 앓고 있던 환자가 이미 4cm의 간암까지 발전된 상태로 내원하였다. 곧 국소 치료 (고주파가열치료)로 이미 생긴 간암은 완전히 처리하였다. 그러나 B형간염을 앓고 있던 이 환자의 간조직 속에는 HBV가 계속 증식하며 간암을 진행시키고 있고 그 당시에는 HBV를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간암치료 후 3개월쯤 지나면 남은 간에 간암이 또 생기곤 했다. 그래서 1988-1999년사이에 내원했던 간암환자들은 여러번의 간암 제거수술은 받고도 계속 새로 생기는 간암, 그리고 전이된 간암으로 대개가 1년 6개월 안에 사망하였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가 생기고 난 후에 같은 상태의 간암을 가지고 온 환자들은 내원하자 즉시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이미 생긴 간암은 국소치료, 혈관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고주파가열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마이크로웨이브 치료(Microwave ablation), 외과적출(Resection) 등으로 치료하고 남은 간의 HBV의 증식을 계속 억제하고 감소시키는 관계로 나머지 간에서 새로 간암이 발생한다든지, 또 이미 치료한 자리에서 간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훨씬 적어졌다.
최근 제퍼슨대학병원에서 간암치료을 국소치료한 후 항바이러스치료로 15년간 생존한 환자를 비롯하여 여러간암환자들의 장기 생존률을 미국에서는 처음 나온 결과를 보고하였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비슷하나 훨씬 짧은 기간의 관찰을 발표하였다.
15년이상의 생존률은 한혜원 교수가 발표한 것이 세계적인 기록이다. 지금 그 환자들은 계속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므로 정상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전같으면 간장이식을 받아야 할환자들이었다. 이런 결과로 HBV로 인한 환자들 (심한 간경화, 간암)의 간장이식이 많이 감소하고 있다.
간암의 원천적 예방은 B형간염에 걸리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B형간염에 걸린 사람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이미 간경변까지 된 환자는 항바이러스치료의 장기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암환자에 대해서는 위에 이미 설명하였다.
HBV 치료의 전망
그런데 현재 쓰고 있는 HBV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들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만 근치는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원조(cccDNA, covalently closed circular DNA)는 환자의 간세포의 핵속에 있고 무증식상태이기 때문에 항바이스제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안타까운 문제는 이때까지 치료가 힘들어서 고생하던 C형간염을 근치할 수 있게 된 최근의 성공과 대조가 되고 있다. 이 기회에 용기를 얻은 제약회사들과 많은 학자들이 앞으로 B형간염도 근치할 수 있는 방도에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서 HBV의 근치의 날이 제법 크게 전망된다.
(사진: 한혜원 교수는 간질환 전문의로서 현재 토마스 제퍼슨 의과대학 내과교수로 근무하며, 동대학병원의 ‘간질환예방센터’의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