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지구촌 최초의 패권국가가 된 건 오로지 ‘길’ 덕분이 아닌가 싶다. 당시로선 첨단기술과 정보가 이 길을 통해 로마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이 길이 요즘 말로 수퍼 컴퓨터의 기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 뿐이 아니다. 기독교가 급속도로 전파된 것도 따지고 보면 로마의 길이 큰 역할을 했다. 얼마나 도로를 잘 닦았으면 지금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the roads lead to Rome)’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전대미문의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에도 이런 격언이 전해진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한마디로 성을 짓는다는 것은 폐쇄와 불통이고 길을 닦아내는 것은 소통과 개방이다. 이처럼 길은 정치 문화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국도 알고 보면 옛 로마 처럼 길에 대한 집념이 무척 강한 나라다. 그래서인지 광활한 대륙을 씨줄날줄처럼 엮은 프리웨이의 표지판은 방패(shield) 모양으로 생겼다. 옛 로마군단의 아이콘, 바로 그 ‘쉴드’다.
프리웨이를 운전하면서 가끔 생뚱맞은 생각을 해본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한국과 미국을 잇는 길을 만들 수는 없을까. 물론 자동차가 다니는 고속도로를 만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디지틀 하이웨이’라고 할까. 모든 정보에 실시간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망의 건설이다. 한국과 미국에 살고 있는 서울대 동문, 교수, 학생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에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 정관계 등에서 뛰어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문들이 상당수다. 동문 자녀들까지 서울대 네트워크에 포함하면 그 영향력은 상상도 못할 만큼 커진다.
단군 이래 최대의 염원이라는 노벨상 수상도 어쩌면 미국내 서울대 출신 과학자들이 첫 영예를 차지할 지 모르겠다.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는 UC버클리의 김성호 교수. 최근엔 김필립(하버드대), 박홍근(하버드 대), 하택집(일리노이대) 등 소위 ‘서울대 86학번 삼총사’가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서울대 2세’들의 활약도 괄목할만 하다. 동양인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다트머스)을 거쳐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김용 박사가 대표적인 예다. 부친 고 김낙희 교수는 의대 출신 동문이다.
예술계에서도 2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새라(영주) 장이다.
부모인 장민수·이명준 부부는 음대 기악과 및 작곡가 출신. 이명준 동문의 어머니는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공대 화공학과에 입학한 여성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새라 장은 니콜로 파가니니, 야사 하이페츠, 아이작 스턴 등과 비견될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자랑스런 동문 2세 뮤지션이다.
최근엔 정재훈 동문(공대)의 따님(줄리 정)이 스리랑카 대사로 지명돼 동문들의 기를 한껏 살려줬다. 국무부 내에서는 신입 외교관들의 멘토 역활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한인 후배들을 챙기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주한 미국대사가 될 것이 틀림없겠다.
이처럼 미국내 동문들과 2세들이 총망라된 사이트를 구축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현대는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내 동문끼리 서로 소통하고 한국에서도 접속해 필요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동창회가 할 일은 바로 동문들을 이어주는 길을 깔아주는 것이다. 5~10년에 걸쳐 데이터를 축적하고 꾸준히 홍보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다.
고무적인 현상은 동창회 평생이사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달에는 한 분이 동창회 사무실을 찾아와 선뜻 1만 달러 체크를 건네 주셨다. 앞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 힘껏 돕겠다는 그 분의 말씀에 공연히 고개가 숙여졌다. 동창회 업무에 보태쓰라고 돈을 낸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동문들이 소통하도록 길을 닦으라는 주문일 터다.
‘모든 길은 서울대로 통한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도록 열과 성을 다할 생각이다. 동문님들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이 절실하다.
<16대 미주동창회 집행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