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인류발전 기여에 책임 다하길”
서울대학교 재학생, 동문 그리고 미주동창회 동문 여러분,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일년 전에 했던 2020년 신년사에서 서울대학교 구성원들 모두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자고 하면서, 이런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책임과 이웃에 대한 공감을 잃지 말자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난 일년 동안 이런 노력과 실행이 얼마나 잘 추진되었는가를 반추해 보았는데, 미진한 점이 많았습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니, 세상에 대한 책임을 다 하는 것도 이웃과 공감하는 일도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 소셜 미디어에서 2020년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하나를 꼽아보라고 했을 때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답이 ‘대체 왜’ ‘전례 없는’ ‘고통’ 등이었다고 합니다. 대체 왜 이런 전례 없는 팬데믹이 우리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대학교에서는 인류가 직면한 재난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2021년 새해를 맞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마냥 움추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재난은 하나의 세계의 파괴이고 끝이지만 동시에 다른 세계의 시작이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 팬데믹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활동을 수행한 의료진들은 물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임대료를 낮춰서 상인들의 고통을 분담했던 사람들, 힘들고 외롭지만 격리 지침을 잘 준수했던 시민들은 우리가 서로 공감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울대학교도 짧게 끝나지 않을 재난의 터널을 함께 지나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모으는데 보탬이 되고자, SNU 국가전략위원회와 데이터 기반 코로나19 사회 연구팀을 중심으로 6개월 간 비대면 컨퍼런스와 강연을 일반에게 공개하며 팬데믹에 대한 과학, 의학, 역학 데이터, 사회, 인권, 철학을 망라한 지식 공유에 앞장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학교가 우리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팬데믹이 미래를 앞당겼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재난 가운데에서도 여러 비상조치들을 긴급히 개발하고 사용했으며 그 중에는 놀라운 결과를 낳은 것도 꽤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학생을 만나지 못하고 학회에서 동료 학자를 만날 수 없게 되자 다양한 정보기술을 이용한 웹클라스, 웨비나, 줌 컨퍼런스가 열렸고, 이런 새로운 소통의 공간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그동안 높았던 학회의 벽을 낮추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 협조로 다행히 서울대학교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큰 사고 없이 2020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이 어떤 해가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생명공학, 정보기술,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이 대학과 사회의 변혁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더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주고, 그 속에서 인간의 책임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필요성도 더 고조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4차 산업혁명 이상의 큰 변혁이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의 구성원들 모두 새해에 이 대변혁을 수행하는 책임감 있는 주체로 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인류 사회에 기여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서울대학교 동문 여러분. 팬데믹과의 긴 싸움에서 지치지 않고 활력과 안녕을 유지하시면서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는 노력에 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웃을 돌아보며 사회와 공감하는 노력도 계속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소외된 사람 없이 함께 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2021년에는 우리가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그 때 관악 캠퍼스를 꽉 메운 서울대학교 동문 여러분 모두를 위한 즐거운 축제의 마당을 열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서울대학교 동문 여러분의 행복과 건강을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