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에 육박한 길고 긴 여름방학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개학 준비를 하다보니 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검정 교복과 빳빳하게 풀 먹인 흰 카라 위에 빛나던 학교 뺏지와 이름표, 검은색 쓰리세븐 가방을 들고 어색한 단발머리를 쓸어올리며 거울 앞에 서 있던 여중생. 문학소녀 흉내를 내며 예쁜 편지지에 좋은 글귀나 감동 어린 싯귀를 적은 손편지를 주고 받던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새침해진다. 상담사로 일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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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바람에 날리는 먼지일 뿐” _ 김인종 (농대 74)
아마 35년 전? 후배들의 정기공연에 ‘Dust in the Wind’가 발표곡으로 들어갔다. 무디블루즈(Moody Blue)의 런던 오케스트라 협연을 부러워했지만 꿈같은 일이고, 캔사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 속 바이올린 독주를 올리고 싶었다. 농과대학에 바이올리니스트가 있겠냐 싶었지만, 기적처럼 한 남학생이 출현. 그 조용한 남학생은 원곡의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스타인하트처럼 곱슬머리 장발도 아니고, 중간 중간 코러스 보칼도 넣지 못했지만, 서울농대 샌드페블즈 10대 록 그룹사운드 공연에 바이올린 …
Read More »여성이여 노벨상에 도전하라 _ 김선영 (문리대 78)
한국에서 여성이 노벨상을 받는다면, 이공계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월등히 많은 숫자의 여학생이 입학하는 생명과학 전공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캐롤 그라이더의 연구 역정은 우리나라 여성과학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까지 생명과학계의 주요 궁금증 중 하나는 ‘텔로미어’라고 불리는 염색체 DNA의 최종 말단부위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염색체 DNA는 2개 가닥의 나선 형태이기 때문에 …
Read More »‘요령껏’사는 사회 · ‘원칙’만큼은 지키는 사회 _ 이상봉 (문리대 65)
한국어에 “은근 슬쩍, 요령껏, 적당히” 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말은, 한국 사회상(社會相)를 아주 적나라(赤裸裸)하게 표현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언어가 바로 사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근 슬쩍, 요령껏, 적당히”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자연히 ‘은근슬쩍, 요령껏, 적당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잘살게 되어 있고, 그런 류(類)의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되다보니… 그런 사람들이 기피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요 또한 …
Read More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_ 이정근 (사대 60)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던 까닭일까, 혹은 평양의 아리랑 대 축전 때문인가. 게다가 세계 아름다운 곡조 콘테스트에서 첫 손가락에 들었기 때문인가. “‘아리랑’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미국사람들이 물어 오는데 대답이 꽉 막혔어요.” 최근에 그런 질문들을 몇 번 받았다. 음대 동문들도 있었다. 목사가 되기 전에 국어국문학을 강의했기에 당하는 괴롭힘(?)이었다. 그 전공을 내어버린 지가 벌써 45년이 넘기에 하는 말이다. “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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