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월에 뉴욕에 처음 발을 디뎠으니, 조국을 떠나 생활한지도 어언 37년이 되었다. 뉴욕에서 모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에서 언론인으로 있다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일한 지도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세월은 유수와도 같다.
조국을 떠나 있으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더니 내가 떠난 온 이후 한국이 80년대, 90년대부터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여 지금 세계에서 주목받는 경제적으로 큰 나라가 되어 있어 자부심을 갖게 된다. 문화적으로도 한류 드라마의 세계적인 보급으로 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데 이어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아이돌이 연이어 나타나서 전 세계 무대에서 한국어로 노래 부르고 열광적인 외국인 팬들이 한국어로 열창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이,삼십년전에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정치적으로는 1987년에 국민들이 크게 원하는 민주화가 이루어져 언론의 자유와 대통령
직선제 선거제도가 수립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괄목할만한 정치적 발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정치적 안정이 있는 가운데에서 경제와 문화 생활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국민 생활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인기 주말 드라마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우연히 넷플렉스를 통하여 접하게 되어 손에 땀을 쥐고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다음 회 드라마를 기다리게 된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지적하고 있는 정치적 모순과 폐해의 근본 원인 중의 하나는 필자가 전에부터 생각해 온 정당 중앙 공천 제도의 심각한 폐해이다.
드라마에서 “공명하고 깨끗한 나라,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 “세상 한번 바꿔 보자”고 외치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꿈에 그리던 의원이 되었으나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되고 다른 한 사람, 주인공은 의원 보좌관으로 하루 24 시간이 모자라게 열심히 살아 가며 의원을 모시지만, 부패한 의원에게 배신을 당해 모든 부패 혐의를 뒤집어 쓰고 지명 수배를 받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드라마가 아작도 진행 중이므로 아무쪼록 좋은 결말을 맺어 해피 엔딩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나는 각 정당에서 정당 보스들이 공천권을 갖고 정치인들이나 정치 지망생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현 제도가 고질적이고 제도적인 부패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과거처럼 당 대표나 당의장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각 정당마다 공천 관리 위원회 또는 유사기구를 만들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에서 누가 어떤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되는가에 대한 결정이 아직 중앙당에 있는 것은 지역 당원이나 유권자들의 결정을 외면하는 것과 진배 없다.
따라서 모든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은 중앙당 보스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직하게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일 잘하는 국회의원도 다음 선거에서 중앙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고 그 동안 나라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쌓아 온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이런 제도 아래에서 정치지망생들의 경우에 정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중앙당에 잘 보여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선거에 출마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인 것이다.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길은 있을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재기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많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철새처럼 움직이고 또 다른 정당이 생겨 나는데, 실상은 같은 정치인들이나 다른 정당의 이름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픈 현실인 것이다.
오래전 학교 동창 친구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정치판에 농담처럼 돌아 다니는 이야기 (그러나 실제는 농담이 아닌 엄연한 현실인 이야기)는 “국회의원 나갔다 안 되면 세 가지 일중 하나 – 또는 그 이상이 – 발생한다는 것이다: 파산, 이혼, 감옥행”이라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몸바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이 이같이 불행한 일을 겪어야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그들도 살고 또 좋은 정치인들을 갖게 되는 나라도 백성도 살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프라이머리 (예비 선거)를 통해 각 정당의 지역 의원 선거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가 있음을 잘 아실 것이다. 미국도 미국 나름대로 많은 문제점들이 있겠으나, 이 점은 잘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치 지망생들이 지역구민들의 눈치는 보아야 하나 중앙당 보스들의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보지는 않아도 되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최형무 (법대 69)
Michael Hyungmoo Choi 2019
Fordham University 법학박사 (J.D.)
변호사 (뉴욕), 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