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풍족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식물은 결핍이 있어야 더 맛있는 과실을 만들어 냅니다. 스트레스를 만드는 것이 수천 년 농사의 핵심이죠. 이 작은 반도체 칩으로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겁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농원과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훈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는 기술 유출 우려로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도 지난 2015년부터 연구를 통해 개선한 좁쌀 크기(가로 0.5㎜, 세로 0.6㎜, 두께 0.1㎜)의 반도체 칩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사무실에는 3일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라는 반도체 모듈들이 쌓여 있었다.
이 반도체 칩은 식물의 줄기나 나뭇가지에 꽂아 수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식물의 광합성 등 영양분 흡수 상황을 분석해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양의 물만 공급하도록 돕는다. 15분마다 무선 데이터 송신이 이뤄진다. 반도체 칩이 올라간 기판 하나의 가격은 약 1000원으로 하나의 모듈은 반도체 기판 4개로 구성된다. 무선송신기와 배터리까지 포함한 모듈 전체의 원가는 약 15만원 정도다.
More…중앙일보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