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출신들이 만든 동문 네트워크의 힘을 곳곳에서 느끼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 현장, 월가의 금융권, 의학과 법조계, 그리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대학 동문 조직은 단순한 친목단체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기능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 미주동창회는 어떤 조직이어야 하는가? 단순히 고향 친구를 만나고 모교 소식을 나누는 모임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미국 사회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지식공동체로 발전할 것인가?
이 질문은 오늘날 서울대 미주동창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동창회의 본질은 ‘친목’이 아니라 ‘연결’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창회를 친목 모임으로 생각한다. 물론 친목은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유수 대학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 동창회의 핵심 기능은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지식과 기회를 연결하는 데 있다.
대학은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기관이 아니다. 졸업 이후에도 평생 동안 학습하고 협력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네트워크가 이어질 때 대학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미국 명문대들이 동문 조직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명문대 동창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하버드: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플랫폼
Harvard Alumni Association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 약 200개의 지역 클럽과 수십 개의 관심 분야 그룹(SIG)을 운영한다. 동문들은 지역별 모임뿐 아니라 직업, 산업, 취미, 사회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네트워킹 행사, 커뮤니티 봉사, 교수 초청 강연, 경력 개발 프로그램 등이 연중 이어진다. ([Harvard Alumni][1])
하버드 동문들의 특징은 학교 이름을 소비하지 않고 학교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이다. 입학 인터뷰, 멘토링, 학생 지도, 기부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동문 네트워크가 대학 경쟁력의 일부가 된 것이다. ([Harvard College][2])
### 스탠퍼드: 혁신과 창업의 허브
Stanford Alumni Association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반영한다.
이들의 강점은 창업과 기술 네트워크다. 동문들은 투자자와 창업자, 연구자와 기업인을 연결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 졸업 후에도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전문 분야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개발한다. 스탠퍼드 동문 네트워크는 ‘졸업생 조직’이라기보다 ‘혁신 공동체’에 가깝다. ([Reddit][3])
### 예일: 공동체와 사회공헌의 모델
Yale Alumni Association은 미국 내 120개 이상, 해외 40개 이상의 지역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평생교육 프로그램, 지역사회 봉사, 멘토링, 고교생 지원 사업, 지역 포럼 등을 통해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결한다. ([Yale Alumni Association][4])
특히 예일의 강점은 ‘평생 학습’과 ‘공공 봉사’다. 졸업 후에도 교수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동문들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Yale Alumni Association][4])
서울대 미주동창회는 무엇이 다른가
서울대 미주동창회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예일을 단순히 따라 할 수는 없다. 역사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대 미주동창회만이 가진 독특한 강점이 있다.
첫째,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양국형 네트워크**이다.
하버드와 예일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네트워크다. 반면 서울대 동문들은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이해하는 드문 인적 자산이다. 한국의 산업과 미국의 시장을 연결할 수 있고, 양국의 학문과 문화를 연결할 수도 있다.
둘째, **다양한 전문직 중심의 지식 네트워크**이다.
미주 지역의 서울대 동문들은 교수, 의사, 과학자, 엔지니어, 변호사, 기업인 등 전문직 비율이 높다. 이는 단순한 친목 네트워크가 아니라 고급 지식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셋째, 이미 **상당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서울대 미주동창회는 장학사업, 포럼, 창업 네트워크, CES 글로벌 커넥트, AI 디스커버리 클럽, 뉴스레터, 자선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 한인 동문 조직 가운데서도 상당히 체계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서울대 미주동창회의 미래는 회원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얼마나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 첫째, ‘지식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동창회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 아니라 지식이다.
AI, 바이오, 반도체, 의료, 금융, 법률, 문화예술 등 분야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온라인 포럼과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해야 한다.
동문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전문가를 찾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면 서울대 미주동창회는 미국 내 최고의 한인 지식 공동체가 될 수 있다.
### 둘째, 차세대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에서 성장하는 젊은 동문과 동문 자녀들은 동창회의 미래다.
멘토링, 인턴십, 커리어 상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네트워크는 가장 우선적인 투자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장학생이 내일의 리더가 된다.
### 셋째, 글로벌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 동문들은 한국과 미국을 모두 이해한다는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CES 프로그램과 창업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하여 투자자, 창업가, 기술 전문가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서울대 미주동창회가 가장 먼저 찾는 파트너가 된다면 그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 넷째, 공공 지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이다.
그 전통은 단순한 엘리트 의식이 아니라 공공성에 있다.
AI 윤리, 기후변화, 교육격차, 한미 관계, 글로벌 경제와 같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동문들이 함께 논의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동창회가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때 그 존재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결론
하버드는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스탠퍼드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었으며, 예일은 평생학습과 사회공헌의 문화를 만들었다. ([Harvard Alumni][1])
서울대 미주동창회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참고하되, 그들처럼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울대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고,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며, 지식과 사회를 연결하는 글로벌 지식 생태계. 그것이야말로 미주에 뿌리내린 관악의 지성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주동창회 Seoul National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 in the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