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선생님, 어떻게 이런 환자를 두고…..” 조중행(의대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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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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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선생님, 어떻게 이런 환자를 두고…..” 조중행(의대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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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선생님, 어떻게 이런 환자를 두고…..” 조중행(의대63)

잊을 수 없는 환자 2

의과대학을 졸업한 1969 년 4월 인턴 첫달, 흉부외과 근무의  첫달이 거의 끝 나갈 무렵이었다..

졸업과 동시, 의사 국가고시 발표 몇 주 후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병원의 신참 인턴으로, 직접 환자를 다루는 의사로서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나는 정신없이 또 온 몸으로 뛰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 중환자에 대한 두려움, 책임감, 다른 동료 인턴들과의 경쟁심, 또 자존심 등등으로 제딴에는 열심히 일하며 인턴 첫 한 달을 마쳐가려니,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가물에 콩 나듯이 드물게 하던 당시의 심장 수술, 30 %를 넘나들던 심장 수술 사망률등등…,,그러다 보니 중환자는 많았고, 당시의 한국 실정상 중환자실도 따로 없었고, 인공호흡기도 원시적 버드(Bird)호흡기 한 두대 밖에 없고, 동맥 산소 분압력을 잴 장비 하나 없던 당시의 서울대학병원 형편이었다.

주치의나 수석 레지던트, 교수님들은 하늘 같이 높고 무서워만 보이는 신참 의사의 시절이었다.

그저 시키는 일 잘하고, 수술장 들어가 졸면서 조수서다가 야단 맞고 나오면 한 밤 중, 병력지 기록하고 오더내고, 등등,,,, 하다 보면 자정이 지나고 숙소에 잠깐 들어가면 또 불려나오고 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흉부외과동 1 병동, 의국에 붙어 있는 1 인실에 어린 중환자가 몇 주일째.…. 어렵게, 어렵게 투병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한 2-3 학년쯤 될만한 나이의 소녀로, 한달쯤 전에 지금은 돌아가신 고 이영균 교수로부터   동맥관 개존증 수술, 즉 동맥관 결찰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수술 전에도 페동맥 혈압이 높고 심부전, 폐염 을 자주 앓았던 후유증과 대 수술로, 많이 쇠약해진 소녀였다 수술 후에도 폐염 그리고 패혈증등의 합병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얼굴은 왜 그렇게 예쁘게 보였던지? 오랜 병실 생활로 쇠약해진 앙상한 몸매, 창백한 얼굴에 커다란 눈동자..가냘픈 숨을 힘들게 쉬고 있는 그 소녀, 마치 브론테의 영국 옛 소설에 나오는 소녀 주인공같이 애처러운  모습이었다.

옆에는 환자의 어머니가 늘 지키고 계셨다.

참 우아하고 교양있어 보이던 분, 상태가 나빠지는 딸의 모습을 보며 겉으로는 조용히, 모든 근심을 속으로 혼자 삭히고 있었지만,  안타까운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 주위의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분이었다.

환자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주치의나 위의 교수님분들로부터도 특별한 지시나 더 새로운 치료방침이 내려오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자주 그 방에 들려보고 , 혈압이나, 호흡을 체크하고 ,그냥 무엇을 하는 척 하다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환자들의 문제로 더 바빠져, 뛰어다니며 한 이틀밤을 거의 새우고 난, 어느날 밤 이 소녀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아마 그녀의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었을 듯…

그러나 경험없고 피로에 절은 신참 인턴 나에게는 그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고, 극심한 피로감과 졸음을 못 견디고, 간호사에게 얘기하고 인턴 숙소로 들어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버렸다.

얼마가 지났는지 때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무엇 때문일까? 내 가슴은 철렁했다. 간호사로 부터 급하게 나빠지는 이 소녀 환자의 상태를 보고받고, 전화를 내려 놓고 나는 정신없이  뛰어내려갔다,

환자는 심호흡 정지 상태였다. 처음 당하는 심 호흡정지 상태, 얼마 동안의 심폐소생술도 소용 없었다. 멍 하니 몇분 앉아 있던 나는 병실 밖의 환자의 어머니께 상황을 알렸다. 그분은 약간 젖은 그리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며 조용히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이런 환자를 두고 들어가서 잠을 주무실 수 있습니까?”

자식을 잃은 그 큰 슬픔을 억누르며, 이제 갓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의 길에 들어선 이 젊은 의사에게 던진 그 어머니의  조용한 한마디는 내 가슴에 비수와 같이 꽃혔다. 나는 눈을 들어 그 분의 얼굴을 쳐다 볼수 없었다. 얼굴은 아마 빨개졌을 것이며, 부끄러움으로 나의 심장은 뛰었다.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울 짐작은 하고 있으면서도ㅡ 중환자와 그 가족의 곁을 지키지 않고 잠을 자러 들어가 버린 나,… 옆에 지키고 있었어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내 속 생각은 냉정한 한 의사의 한갖 구차한 변명과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뼈가 저리도록 느끼고 배웠다.

“선생님, 어떻게 이런 환자를 두고 들어가서 잠을 주무실수 있습니까?”

지금도 생생히 내 가슴에 남아있는 그 어머니의 그 짧은 한마디 질문은 의업에 들어선지 50 년이 가까워 오는 나에게 하나의 화두(話頭)였고, 길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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